[헬리오아트 Report no.173] January Week 3

Date
2023-04-12 11:19

 

 


 

no.173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 - 영화 속 미술 시장의 클리셰


한국 관객들의 남다른 사랑을 받는 감독 이야기를 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테넷(tenet)'이 전세계 영화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 제목인 '테넷(tenet)'은 라틴어로 '붙잡는다'를 의미한다.




영화는 우크라이나의 한 국립극장에서 시작된다. 극장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막은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배우)에게 제3차 세계대전을 막으라는 막중한 임무가 하달된다. 영화의 흐름은 악당인 사토르(‘케네스 브래너’ 배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토르는 시간을 넘나들며 세계 3차대전의 발발을 시도하는 부호이고 주도자는 마지막 알고리즘(플루토늄 241)을 찾아 3차 세계대전을 막으려 한다. 영화속 무기 거래자 사토르의 본래 직업이 엄청난 미술컬렉터라는 것이 드러난다. 사토르의 미래 아내인 캐서린(‘엘리자베스 데비키’ 배우)은 영국 런던 “Shipley ’s” 경매장의 주요 미술 전문가이다. 그녀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드로잉 작품이 가짜임을 알면서도 경매를 진행하게 되고 사토르는 9백만 달러 (약100억원)에 이 작품을 사게 되지만 이후 그가 이 사실을 알고 그녀를 협박해 결혼한다. 이 사실을 알고 사토르에 접근하기 위해 캐서린과 동맹을 맺은 주도자는 과거로 돌아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을 훔치기로한다.



Fransico Goya, don Antonio Maria Esquivel

 

크리스토퍼 놀란은 6년 전 스페인 투린에서 일어난 ‘프란시스코 고야’ 작품 사기 사건에 영향을 받아 이러한 시나리오를 썼다. 2015년 스페인 경찰은 가짜 '프란시스코 고야’ 회화 작품을 아랍왕자에게 팔려고 시도한 스페인의 두 형제를 체포하였다. 그들은 ‘프란 시스코 고야’의 가짜 초상화 작품 ‘don Antonio María Esquivel’을 4백만유로(약 54억원)의 값에 팔기로 했고, 아랍 왕자는 이 작품이 가짜인 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검거하기 위해 속은 척을 했다. 아랍 왕자는 두 형제에게 가짜 현금 150만유로 (약20억원)을 지불하였고 두 형제는 현금을 입금하려 스위스 은행을 찾아갔지만 돈이 가짜인 줄 몰랐던 그들이 곧바로 스페인 경찰에게 체포당한다. 영화에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이이갸가 등장한다. 캐서린은 자신의 남편이 새로운 작품을 살펴보기 위해서 일년에 4, 5회 해외로 출장을 간다고 말하는데, 이를 통해 사토르가 전세계 아트페어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사토르는 그가 죽을 것을 예감하는 듯한 얼굴로 미래 세력의 선동에 동조한다. 하지만 뜻을 이룬 미래에 그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두려운 기색을 띠는데 그 모습이 그가 좋아하는 ‘프란 시스코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1821-1823)'와 많이 닮아 있다.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는 스페인 내전을 암시한다고 해석된다. 그림 속에는 언제 왕위를 뺏길지 모르는 불안감과 함께 아들을 계속 먹어야하는 비참함이 뒤섞여있다. ‘프란시스코 고야’ 는 만년에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의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난청과 스페인의 혼란한 정치로 고통받은 그의 내면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죽을 때까지 죽음을 들여다보며 붓질했다.

이 영화는 최상위 계층을 통해 확산된 상업 미술 시장을 주제로 차용했다. 몇몇 장면은 허구적이지만 실화에 기반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러시아의 독재자와 그들의 측근들은 막대한 양의 미술 컬렉션을 사들여 그들의 부를 과시하며 미술계에서 매혹의 대상이 되었고 대중을 놀라게 하였다. 지난해 7월 ‘미국 상원 상임 수사 소위원회’ (‘U.S. Senate’s Permanent Subcommittee on Investigations’)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매우 가까운 ‘로텐 베르크’ 형제는 2014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여 미국 경매장과 딜러를 통해 1840만 달러(약202억원)의 미술품 인수했다고 한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 배우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에서는 가상화된 미술 시장의 부정적인 모습도 보여주지만 흥미로운 측면도 다뤄낸다. 사토르와 그의 아내 캐서린이 ‘블루칩’ 미술품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사토르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드로잉 작품을 은판 접시에 담아 그의 아내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나는 항상 미래에 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내가 이 삶을 구축 하는 방법이다." 이는 우리가 ‘블루칩 작가’라고 부르는 작가들의 작품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출처] artHub.com